왜 우리는 나 자신과 좋은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우지 못할까요? 남들이 나를 안 좋게 생각할까 봐 불안해하다가 어느 순간 남들의 눈치를 너무 보는 내가 싫어지는 게 평범한 우리들의 못된 심보입니다. 나에 대해서만큼은 이래도 불만, 저래도 불만, 온통 불만투성이 지요. 정녕 내가 나와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하루에도 수백 번씩 우리는 자신을 판단합니다. '잘했어', '수고했어' 같은 긍정적인 판단보다는 '왜 그랬지?', '너무 바보 같아' 처처럼 깎아내리는 판단이 대부분입니다. 의식하지 않은 채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면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어 버리는 우리의 마음, 자신을 안 좋게 느끼는 버릇은 언제부터 시작되는 걸까요? 모든 생명체에게는 근본적인 불안감이 있습니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습니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지요. 그런데 불안에 대응하는 인간만의 독특한 방법이 있습니다. 인간은 그 어떤 생명체보다 과거를 잘 기억하고 미래를 철저히 대비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비슷한 위기에 처하면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계획을 세웁니다. "아 물난리가 나서 가축을 잃었으니, 물난리가 나는 전에 둑을 잘 세우고, 가축을 옮겨야겠다" 하는 식이지요. 이것이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간관계를 세우는 인간의 능력이 괴로움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위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나려고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와 같은 강박적 사고를 발전시키는 것이지요. 죽음에 대한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인간은 늘 '지금 이 상태는 뭔가 불완전하다'라고 느낍니다. 그래서 원인과 대책을 찾지요. '뭔가를 더 해야만 해' , '그걸 못 하면 난 잘못될 수도 있어'와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결국 현재의 내 모습은 완전하지 않은, 부족한 상태로 남습니다.
이는 개와 비교해 보면 잘 드러납니다. 개는 주인에게 혼이 나면 시무룩해지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꼬리를 흔듭니다. 주인에게 혼나면 개도 기분이 나쁘겠지요. 하지만 그때뿐, 자기가 왜 혼났는지, 주인이 자기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의 문제로 그리 오래 근심하지 않습니다. 당장 눈앞의 막대기에 온 마음을 집중하지요. 반대로 사람은 부모나 상사에게 혼이 나더라도 그 사건이 일어난 최종 원인은 대체로 내가 부족해서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나를 망치는 가장 강력한 적 부정적인 생각 습관 '엄마 아빠는 내가 별로인가 봐' , '뭐 하나 제대로 하는 일이 없으니까 그렇지' , ' 나 같은 건 이 세상에 없어도 돼'...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혼이 난 직접적인 이유는 어느새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매사 볼썽사납고 사랑받을 자격 없는 나만 남습니다. 나중에 상사가 맛있는 커피를 권해도 입을 삐죽 내밀고 즐겁게 먹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지요. 그렇다면 개와 인간 중 과연 누가 더 행복한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미래를 썩 잘 대비하지 못하는 개가 훨씬 일찍 죽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매 순간 즐겁고 행복했던 개로 죽을 겁니다. 반면에 인간은 훨씬 오래 살아도 늘 자신을 못마땅해하며 자신과 싸우던 불행한 전사로 죽음을 맞이할지 모릅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부족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 현대의 자기 계발 풍토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더욱 가혹해집니다. 옛날, 모든 이가 공동체 속해 있던 시절에는 굳이 신분과 능력을 증명해 보이지 않아도 안정된 관계 속에서 웬만큼 삶을 꾸려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계망이 깨어진 현대사회에서는 언제나 자신이 문제없는 괜찮은 사람임을 입증해 보여야 합니다. 원만한 성격과 쓸 만한 능력을 갖춘 사람 일은 보여 줘야 집단에서 소외되지 않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고 결국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불안감이 스스로 더욱 다그치게 하지요. 생각해 보세요. 우리 머릿속에 떠돌아다니는 '되고 싶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좋은 배우자, 좋은 부모 있는 직장 선배, 따뜻한 이웃, 훌륭한 인격자... 이런 게 아닌가요? 이렇게 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요? 문제는 이런 노력에는 끝이 없다는 점입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입학하면 더 잘하는 친구들이 가득합니다. 그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애써서 좋은 회사에 취직합니다. 그러면 회사에서 또 출중한 능력을 보여야 합니다. 물론 잠시 성취감을 느껴질 분이 좋을 때도 있겠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부족한 현재의 나를 못마땅해하고 닦달하면서 살아갈 겁니다. 결국 마음속을 지배하는 것은 나에 대한 만족감이 아닌 상시적인 불안과 두려움입니다. 더 훌륭한 내가 되는 것이 나와 잘 지내는 길이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나와 사이좋게 지내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들은 적은 많아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에 의심이 들 겁니다. 나에게 관대해지면 게을러지고 나태해질 거라고 걱정하지요. '그대로의 나에겐 문제가 많다'라는 관념이 워낙 강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말하건대, 있는 그대로의 나에게는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문제 많은 나를 어떻게든 고쳐 보려는 노력이 훨씬 많은 부작용으로 낳습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만족하기보다는 끊임없이 평가하고, 부족함을 자책하는 데에 익숙합니다. 오래전부터 인류는 늘 재난 상황에 대비하고 발 빠르게 대처해야 했는데, 그러한 습성이 지금까지 이어졌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자기를 자꾸 고치고 보완하려 애쓰다 보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깁니다. 자기 평가를 멈추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바라봐 주세요. 자기 탓을 멈추는 순간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 부모님 등의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주었음을 알게 되고, 비로소 문제의 원인을 다각도로 살필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열린 마음일 때 진짜 해법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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