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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우리 마음에는 상반되는 2가지 욕구 난공불락

by 전수봉 2022. 12. 4.

우리 마음에는 상반되는 2가지 욕구가 살고 있다. 온전한 나로 존재하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타인과의 관계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것.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독립과 의존의 문제로 바라봅니다. 그런데 개인주의가 득세하는 현실에서 사람들은 독립은 좋은 것으로, 의존은 나쁜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의존은 정말 나쁘기만 할까요? 이 세상 그 누구도 다른 사람들의 손길을 떠나서 홀로 완벽하게 독립적인 상태로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아기를 생각해 보세요. 무력 그 자체인 아기는 양육자의 헌신적인 돌봄을 통해서 생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다 자란 어른이 되어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개인은 언제나 부족한 면이 많고, 따라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얻어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즉 타인과 긴밀하게 관계를 맺고 그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타인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고, 인정받으려 애쓰는 것은 인간의 생존 조건으로부터 유래하는 본능적인 욕구입니다. 한마디로 지나쳐서 문제일 뿐, 의존 자체는 매우 자연스러운 상태라는 뜻입니다. 또 자유가 무조건 좋기만 할까요? 때때로 과중한 업무와 관계에 시달릴 때 사람들은 아무도 없는 곳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자기 자신을 되찾고 회복하고 싶은 욕구에서지요. 그러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러지면 슬슬 궁금해집니다. 나 없이도 가족들은 잘 지내는지, 회사는 잘 돌아가는지, 세상에는 별일이 없는지 말이에요. 자기 자신이 되고 싶은 욕구 못지않게 세상에 쓸모 있는 존재가 되고 싶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은 욕구도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친절을 베풀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어쩌면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사람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성장하는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우리 마음에는 상반되는 두 가지 욕구가 살고 있습니다. 한쪽 끝에는 자유롭고 싶은 마음, 온전히 나 자신으로 존재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함부로 개인적인 영역을 침범해 들어오는 사람으로부터 한계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지요. 반대편에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 관계를 통해 의미를 찾고자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나를 지지하고 삶을 공유하는 소중한 사람들은 우리가 느끼는 행복의 핵심입니다. 따라서 그들을 위해 때때로 우리는 자신의 욕구를 포기하기도 하고 요구사항에 순종하기도 하며, 부족한 부분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얻는 타인의 인정과 따듯한 관심은 삶의 동력이 됩니다.

극단에 위치한 두 가지 욕구는 일종의 스펙트럼처럼 작용합니다. 이 둘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느냐에 따라 성격은 발달의 중요한 양상이 나타나지요. 그리고 균형은 정체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시간은 지남에 따라 변화합니다./문제가 되는 경우는 한 극단으로 치우칠 경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그렇기면 극단으로 치우칠 때 어떤 심리적인 문제가 발생할까요? 저는 '자유롭고 싶은 마음'을 중심으로 느끼고 행동하는 사람을 '성에 사는 주민'으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중심으로 느끼고 행동하는 사람을 '마을에 사는 주민'으로 비유해 설명합니다. 성 주민은 개인주의적인 경향이 지나친 나머지 타인과 원만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사람 입이다. 반대로 마을 주민은 타인에게 너무 의존한 나머지 쉽게 흔들리는 사람 입이다. 

성 주민으로 살아가는 법 성주만은 언 적 높은 곳의 견고하게 세워진 성벽 안쪽에 삽니다. 외부인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지요. 성벽의 존재 목적은 자기 보호입니다. 성 주민은 수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난공불락의 요새를 지음으로써 세상의 온갖 소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약점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누군가가 침입할까 늘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렇게 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효과적이라면 뭐가 문제인데?" 문제는 이 같은 자기 보호 전략을 지나치게 고수할 경우 고립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점입니다. 두꺼운 성벽 안에 사는 사람은 안전을 담보 받는 대신 바깥세상과 단절됩니다. 바깥세상의 정보가 갈수록 좁아지고 왜곡됩니다. 또 외로움 소외감에 빠져듭니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성 주민은 타인과의 교류가 너무 적기 때문에 타인의 감정에 귀 기울이고 이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저하됩니다. 즉 공감 능력이 결여됩니다. 그런데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면 결국 감정을 읽는 능력마저 퇴화해 자기감정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그 결과 삶과 세상에 흥미가 사라지고 자기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잘 파악하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약점을 드러내길 극도로 꺼리는 성 주민은 어려운 환경에 처해도 쉽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합니다. 반대로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하거나 관심을 보여도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쉽게 무시합니다.

그들은 성벽에 혼자 남고 더욱 외로워집니다. 하지만 사람들과 함께하는 법을 오르기 때문에 갈등이 생길수록 성벽을 더욱 높게만 쌓습니다. 그런 태도는 외부인들의 분노와 질투를 유발하지요. 

결국 성 주민은 외부인들의 공격과 비난을 받게 되고, 타격을 받기 시작한 성벽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맙니다.

마을 주민이 살아가는 법. 마을 주민은 성 주민과 정반대의 성향을 보입니다. 그들은 타인과 맺는 긴밀한 관계 속에서 안정감과 행복을 느낍니다. 그들은 서로 솔직하게 감정을 내보이고 나누는 것이야말로 가까워지는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데 능숙합니다. 하지만 관계를 맺고 싶은 욕망 때문에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보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소외된 상태를 싫어하므로 결정을 내릴 때 함께하는 사람의 영향을 지나치게 받습니다. 마을 주민은 타인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뒤로한 채 상대에게 많은 것을 제공하고 희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때 만약 상대방이 기뻐하고 고마워하면 마을 주민 역시 행복과 보람을 느끼지만 소외된 느낌을 받으면 크게 분노하기도 합니다. 또 마을 주민은 종종 감정의 노예가 됩니다. 감정의 영향을 차단하는 성 주민과는 반대로 마을 주민은 감정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마을 주민이 맺는 관계는 기복이 많습니다. 그들은 싸우고 화해하고 미워하기를 반복합니다. 이처럼 감정 소모에 에너지의 대부분을 쏟기 때문에 마을 주민은 장기적인 목표에 쉽사리 집중할 수 없게 됩니다. 마을 주민은 감정이 격해지면 집중력이 흐려지고 같은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걱정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감정을 잘 통제하지 못해서 우울증이나 불안감, 행동 장애들의 만성적인 문제를 겪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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