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독 홀의 일 우리가 흔히 이야기화하는 어른의 조건입니다.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홀로 설 수 있을 때 우리는 그들 온전한 성인으로 인정합니다. 또 그런 사람으로 자라기 위해 노력하고요. 독립을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당연히 거쳐야 하는 필수 과제로 여기지요. 하지만 임상 심리학자로서는 홀로서기가 말처럼 쉽지 않은 과제임을 자주 깨닫게 됩니다. 나이가 찼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풍요롭다고 해서, 심리적으로 독립적인 사람인 것은 아닙니다. 겉으로 일도 잘하고 회사 생활도 원만하고, 대인 관계도 좋아 보이는 등 멀쩡해 보이는 사람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전부 힘들고 외롭다고 말합니다. 홀로 설 수 없어서 흔들리는 마음을 자꾸만 어딘가에 기대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의존성 때문에 일상은 더욱 괴로워지고 말지요.
당신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무엇입니까? 사람들은 여러 가지에 마음을 기댑니다. 술과 게임, 도박 마약에 기대어 삶을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사람도 있지만 일부입니다. 그보다는 타인에 기대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지나치게 의존적인 사람들은 혼자 있는 것을 지독히 싫어하고 끊임없이 곁에 있을 만한 누군가를 찾습니다.
"네가 없으면 안 돼, 나는 더 이상 살 수 없어"라고 말하다가도 그가 떠나면 곧장 다른 연인을 만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하지요. 이와 반대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상대를 자기 뜻대로 움직여야 직성이 풀리는 경우입니다. 부모가 아이를 대할 때 자주 발견되는 태도인데, 그들은 "저는 괜찮아요. 아이만 행복하면 돼요"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부모가 아이에게 더 기대고 있는 상태입니다.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에 자기 행복이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들은 자기에 대한 가치를 남들이 평가한다고 느낍니다. 사람들이 칭찬해 주면 하늘을 나는 듯 기쁘지만, 누군가가 그보다 낮게 평가하면 절벽에서 추락하는 심정이 됩니다. 자기 가치가 남들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자존 잠도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자꾸만 오르락내리락합니다. 그에 따라 기분과 행동도 오락가락하지요.
누구보다 독립적인 사람처럼 보이는데, 알고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는 사람들입니다. 겉으로 흔들림 없는 뚝심으로 일을 밀어붙여서 뛰어난 성과를 내기 때문에 그들에게 나약한 의존성 따위는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내면에는 너무 높은 자아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자기에 속삭입니다. '나는 잘되어야만 해.','실패하면 나는 무가치해질 거야.', '이것밖에 못 하다니 실망이야.'
아닌 것 같아도 실은 완벽한 자기 이미지에 기대어 살아가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들은 현실의 자신을 비난하고 다그치는 데 익숙합니다. 완벽주의적인 성향도 강하지요.
"당신만 달라지면 내가 정말 행복해질 텐데..."
"내가 이 모양인데 사람들이 날 좋아해 줄 리가 없지..."
흔들리는 마음을 자꾸만 무언가에 기대는 사람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힘이 바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뭔가 부족하고 결핍된 존재이며, 이 결핍을 타인이나 세상이 채워 줄 수 있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인정받으려고 지나치게 노력하고, 일에 매달려 자신을 혹사하거나, 자기 힘으로 부족할 땐 다른 사람까지 끌어들입니다. 성공한 배우자를 곁에 두려고 하고, 능력 있는 자식으로 키워서 자기 가치를 인정받으려는 것이지요.
이런 노력이 성공 가도를 달리면 큰 문제가 없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땐 삶이 힘들어집니다. 성에 차지 않는 배우자와 자식을 원망하고,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세상일을 탓하고, 무엇보다 부족한 자신을 미워합니다. 자꾸만 힘들어진다면 타인이나 세상에 기대는 습관을 버리면 될 텐데, 그러지도 못한 채 더욱 그것에 집착합니다. 그것을 포기하면 조그마한 행복의 가능성도 함께 멀어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행복의 주도권이 외부에 있다고 믿으면 나는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일이 잘 풀리면 행복할 것이고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일이 꼬이면 불행해지겠지요. 사람들이 나를 인정하고 좋아해 주면 행복하겠지만, 그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쳇바퀴 위에 올라탄 다람쥐처럼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바깥에 있는 존재에 따라 결정되는 행복, 갈구해야만 얻을 수 있는 행복이라면, 그것을 정말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오히려 우리의 기분을 붕붕 띄웠다 추락시키는 만큼, 괴로움이라고 부르게 더 맞지 않을까요?
그래서 홀로서기가 필요합니다. 홀로서기란 외부에 기대지 않는 태도이고, 행복의 주도권을 다시 나에게로 가져오기 위한
노력입니다.
기대는 사람은 상황에 따라 기분과 행동이 오락가락하지만, 홀로 설 수 있는 사람은 기분과 태도가 비교적 일정합니다. 타인과 세상에 의해 내면이 크게 흔들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그 기준이 외부에 있는 한 완벽해지기 위한 노력에는 끝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타인에게 인정받는 일에 끝이 있을까요? 성공에 과연 끝이 있을까요? 외부에 요소들을 모두 통제할 수 있다면 모를까, 우리는 언제 잃을지 모르는 타인의 평판과 언제 닥칠지 모를 위기에 촉을 세우고 전전긍긍할 것입니다. 이것은 노력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요. 그러므로 실력 먼저 갖추겠다는 생각을 옳지 않습니다. 외부로 향하던 시선을 내부로 돌려,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돌보는 일이 행복임을 알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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