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유명한 신화가 있습니다. 플라톤에서 희극 작가 아리스토파네스가 이야기한 것이지요. 원래 인간은 네 개의 팔과 네 개의 다리, 그리고 두 개의 성기를 갖고 있습니다. 그는 앞뒤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었고, 엄청나게 빠르며, 엄청나게 빠르며, 힘이 셌고, 아주 거만했습니다. 결국 그는 막강한 힘으로 신을 위협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분노한 제우스는 그를 둘로 갈라놓았습니다. 그때부터 인간은 자신의 반쪽을 찾아 헤매게 되었습니다. 이 신화에 따르면 사랑은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다시 완벽한 하나로 합치되려는 열망'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 이 산화가 보여 주는 통찰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우리는 모두 엄마의 배 속이라는 완벽한 세상에서 탄생합니다. 배 속 아이는 추위도, 더위도, 배고픔도 모른 채 편안하게 자랍니다. 그러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련이 시작됩니다. 세상은 춥고 배고프고 불편한 것투성입니다. 무언가가 필요하거나 어디가 아프면 울어서라도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그러다가 생후 6개월쯤 되어 비로소 아기는 엄마와 자신이 분리된 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우울해집니다. 바로 이때가 인간이 우울을 경험하는 최초의 시기입니다. 엄마의 배 안이라는 완벽한 세계로부터 떨어져 나온 인간이 다시 완벽해지기를 꿈꾸는 것, 한번 태어난 사람이 엄마의 뱃속으로 다시 들어갈 수 없듯, 그것이 한낱 꿈에 불과할지라도 완전했던 과거를 죽을 때까지 그리워하는 것, 이것이 아리스토파네스가 말한 사랑이라는 감정의 본질입니다. 그런 점에서 사랑은 인간의 숙명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참으로 고약한 숙명이지요. 살아 있는 내내 잃어버린 반쪽을 찾고 싶어 하지만, 그 반쪽을 찾아서 온전히 하나가 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완벽한 상대를 만나도 그와 나는 서로 다른 사람일 뿐입니다. 그가 과거에 나는 품어 주었던 매 엄마의 자궁이 되어 줄 리는 만무합니다. 그래서 사랑할수록 우리는 외로워집니다. 아무리 사랑해도 외로움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외로움을 사람의 한 조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아무리 사랑해도 외로움은 해소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사랑하면 외롭지 않아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그와 하나가 되기를 꿈꾸며, 오히려 상대와 더욱 멀어지는 역효과가 나타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적절한 거리 두기에 실패할 때 받게 되는 상처는 어마어마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연장선에 있다고 여기면 그를 마음대로 휘두르려고 하지요. 사랑한다면서 그의 뜻을 무시하고, 싫어하는 일을 하려고 하면 못 하게 막습니다. 사랑한다면 이 정도는 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욕심을 부리고 강요하고 몰아붙입니다. 그래도 그가 바라는 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가시 돋친 말로 협박하고 상처를 줍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이 주는 상처는 지울 수 없는 고통을 남길 수 있습니다. 서로에 대해 잘 아는 만큼 상처받기 쉬운 연약한 부분을 직접적으로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슴 아프게도 우리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가장 큰 상처를 줍니다. 상대방을 어떻게 하면 아프게 만들 수 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요. 사랑이 얼마나 성숙한 태도를 요구하는지 이제 감이 오나요? 사랑은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괜찮은 상대를 만났다고 해서 술술 풀리는 일도 아니지요. 후회 없이 사랑하려면 나를 위해서, 상대를 위해서 옳은 일이 하겠다고 결심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단번에 끝나는 일이 아니면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행동 자체야말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사랑이 무언지 헷갈린다면 하나만 기억해도 좋습니다. 나와 상대방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서로 적절한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다면, 사랑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을 떠올리면 쉽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건강한 독립을 목표로 필요한 것들을 제공합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분별없이 주는 것은 아닌지, 자기 고집으로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를 늘 깊이 고민합니다. 그 과정에서 부모 역시 좋은 사람이 되어 갑니다. 사랑이 서로를 성장시키는 이유입니다. 결국 사랑을 하는 사람이 끝내 관심을 두고 점검해야 할 대상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입니다. 사랑이라는 이유로 상대를 잡고 휘두르고 있는 건 아닌지, 내 생각을 막무가내로 강요하는 건 아닌지, 자기만족을 위해 이용하는 건 아닌지, 마음속 욕망과 의도를 왜곡 없이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만이 소중한 사람과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사랑해도 외로움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사랑이 막막하기만 한 당신을 위해 구체적인 방법을 짚어 볼게요. 첫째,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세요. 상대가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 주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에겐 그럴 능력이 없습니다. 그러니 상대가 할 수 없는 일을 기대하고 실망하고 싸우느라 힘을 낭비하지 말고, 그 힘을 자기 계발에 써 보세요. 더 나은 자신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만큼 멋져 보이는 이도 없습니다. 멋진 사람 곁에는 멋진 사람들이 모여들기 마련이고요. 내가 나를 잘 돌볼수록 괜찮은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맺을 가능성도 커집니다. 사랑에 있어서는 이런 선순환이 가능합니다. 둘째, 사랑하는 사람을 다 안다고 착각하지 마세요. 나조차 나를 제대로 모르는데 어떻게 상대를 다 알 수 있을까요. 평생을 함께해도 그 속을 전부 알 수 없는 게 사람이다. 그런데도 속속들이 안다고 착각해서 '너는 이래야 한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하면서 상대를 함부로 재단하고 판단합니다. 그렇게 내 틀 안에 상대를 가둘수록 그의 독립성과 개성은 훼손되고 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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